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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 봄(春)

「봄이 왔다. 사계절 중 가장 짧은.」



봄이 왔다.

사계절 중 가장 짧은.


봄이 스쳐지나가니 여름이 다가왔다.

타오르는 너의 눈빛과도 같았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이.


여름이 폭풍우처럼 밀려가고 가을이 물들었다.

사박,하고 낙엽이 밟히는.


가을이 밟히고 소복히 쌓이는 겨울이 왔다.

하얗게 서리는 입김에 기분까지 몽롱해지던 그런 겨울이.


그리고 다시, 또 다시, 변함 없이 다시, 

겨울이 걷히고



봄이..

..네가, 찾아왔다.



B A E B A E 作.







BGM : 방탄소년단 - 봄날




「봄이 왔다.
사계절 중 가장 짧은.」




태형에게 어김없이, 겨울이 왔다.
사계절 중 가장 사랑하는 겨울이지만, 내 모든 순간의 겨울은 무척이나 짧았다. 짧은 그 순간에 너를 만났고 따뜻한 봄이 오기 전, 그 짧았던 계절에 너와 이별했다.



[...........]



길게 늘어진 두 개의 그림자를 옆에 둔 채로, 두 사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있다. 앞에 서있는 그림자 주인에게 무어라고 말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내려 방향을 튼다. 어지러운 불빛들을 등 뒤로 한채 걸어가는 하나의 인영. 말 없이 그런 남자를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 갈길을 잃어버린 또 하나의 그림자. 본래 각자의 자리를 찾아 돌아가 듯 두 그림자가 그렇게 멀어지고 있었다.



*





달칵-.
침대 옆 스탠드에 동물적 감각으로 태형이 손을 뻗으니, 손 끝에 바로 스탠드가 닿는다. 순식간에 빛이 방안에 가득 찼다. 
내가 기억하고 내게 남아있던 너와 마지막 장면. 
나, 어제 술마셨나. 왠 꿈이지. 싶었다. 벌써.... 몇 년 전 일인데.



".....뭐냐, 이건 또........"



눈을 비비고 제대로 시야를 확보하니,  베개 맡 가까이에 놓여진 휴대폰이 보인다. 익숙하게 지문을 해제하고 시간을 보니 새벽 4시 52분. 다시 자기도 잠을 자지 않기도 애매한 시간이었다. 대충 놓여져 있던 가디건을 걸쳐입고 주방으로 나와 커피를 내렸다. 치직 소리를 내고, 또르르 방울방울로 떨어지는 커피를 멍하니 보고 있다가 안경을 찾려고 일어섰다. 방으로 가는 몇 발자국 되지 않는 걸음에 툭하고 걸린 그 무언가를 내려다 보니, 몇 일전 친한 에디터 요청으로 내가 썼던, 연애관련 글이 실린 잡지책이 펼쳐졌다. 잠시 내려다 보았다가 방에서 안경을 재빨리 찾아 온 뒤, 잡지를 주워들었다. 마침 커피도 내려졌겠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커피와 잡지를 들고 거실 쇼파에 앉았다. 




[봄이 왔다. 사계절 중 가장 짧은. 봄이 스쳐지나가니 여름이 다가왔다. 타오르는 너의 눈빛과도 같았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이. 여름이 폭풍우처럼 밀려가고 가을이 물들었다. 사박,하고 낙엽이 밟히는. 가을이 밟히고 소복히 쌓이는 겨울이 왔다. 하얗게 서리는 입김에 기분까지 몽롱해지던 그런 겨울이.
그리고 다시, 또 다시, 변함 없이 다시, 겨울이 걷히고 봄이.. ..네가, 찾아왔다. - 글 김태형, 편집 박지민 -]



A4 두 장 분량 정도의 글이었는데, 약간의 편집과 멋들어진 사진까지 배치하니 특집편마냥 잡지로 네 페이지로 글이 실렸다. 코잔등으로 흘긋 내려가는 안경을 다시 끄집어 올린다. 턱을 괴고 내가 썼던 문장을 다시 찬찬히 읽어본다. 오랜만에 꿈을 꾸었던 꿈 속의 겨울과 달리 현재는 봄이다. 썼던 칼럼을 내려놓은 채 테이블 위에 올려진 노트북을 켰다. 오늘이 원고 마감날이라 글쟁이인 나는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했다. 평소와 같이 글을 마감하고 글을 보내고, 또 다음글을 생각하고. 그렇게 평범한 일상에 당신이 또 그렇게 내 옆을 비켜간다.



"..개편이요?"



간신히 3시 원고를 담당자에게 보내고 한숨 돌리는가 싶었는데 득달같이 벨소리가 울린다. 아씨.. 뭐지.. 하고 흠칫하며 고개를 비틀어 액정을 보니..담당자다. 평소와 다름 없이 전화를 받으니 담당자가 개편소식을 전해왔다.




[봄 개편엔 김작가가 말한대로 진행할꺼라고 알려줄려고 전화했어요. 이번 원고도 너무 좋더라-. 근데 담 개편때문에. 미안해요. 이번 봄 개편 언제했다고 또 다음 개편 벌써 말하고. 근데 꼭 중요한거라서. 이번 봄에 기획했던 사랑과 꽃말에 관한거는 딱 봄까지만, 올 여름엔 이별한 사람을 상대로 위로가 되고 공감할 수있는 그런 테마로, 꼭 그게 연인이 아니어도요, 무슨 느낌인지 아시죠...?]



"음... 대충요?? 아마 전체적인 컨셉은 이별이란 테마로 잡아야 되겠네요..



[네네, 그런 식의 이별에 관한 테마를 기획해서 여름 특집으로 맛집소개도 하고 그런식으로 할려구여. 근데 김작가 글솜씨랑 나랑 작업이 잘 맞잖아여.]


"아, 네에.  지피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너무.. 고맙네요.."

[에이, 제가 뭘여어~]

"지피, 아니 지민 피디님 아니었음 이번 개편때 저 꽝, 아니었나요?"

[아녜요!!!]

"하하, 농담이에요. 고맙다구요-."

[고마우시니까..그러니깐, 부탁 좀 드려요? 네? 다음주 기획 회의 때 민팀장님이, 꼭!! 태형작가님 모셔오랬어요..저 좀 살려주세요.. 네에..??]



말꼬리 까지 늘리며, 부탁해오는 지민에 목소리에 톡톡, 노란색 메모패드를 무신경하게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핸드폰을 고쳐 잡았다. 네, 그럴께요. 저도 아이디어 좀 생각해 볼께요.라고 한 뒤 가벼운 마음으로 통화를 마쳤다.



봄이 왔다.
유독 하늘이 청명하게 맑았다.
창 밖에 노란 개나리도 내게 웃어주었고 핑크빛 진달래도, 햇살을 가득 머금은 코스모스도 나를 설레게 하는 봄이, 찾아왔다.





[국뷔] 계 절 4부작 中 봄

B A E B A E 作.


*


으쌰-. 입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즐겨 입던 목폴라의 목 언저리가 후덥지근한 걸 보니, 이제 봄도 다 지나가나 보단 생각에 미치자, 이번 주말엔 반팔옷들 죄다 꺼내놔야겠네 싶었다. 대충 가게 마감을 끝내고 제 손으로 쓰레기 봉투도 버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니 불만 끄면 퇴근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무심결에 타고온 바다바람이 새삼 새로워서 잠시 테라스에서 낭만을 즐기겠다고 싶었는지, 테라스에 기대며 자리한켠을 차지했다.


정국에게도 봄이 왔다.
바다가 맑았다. 내일은 비는 오지 않겠군.
테라스의 울타리 밖에 모래사장도 좋았고, 그 옆에 물결치는 맑은 빛의 파도도, 파도에 부서지는 소리도 나를 설레게 하는 봄이, 찾아왔다.




"문 닫았냐?"


"....?!"


"뭘 봐. 손님 왔으면 인사를 해야지."


"윤기형, 손님이에요?"


"죽고싶냐, 전정국?"



상대방이 정색하며 되물어도 장난끼 가득하게 정국이 웃는다.



"뭐든, 돈내고 먹어요."


"그 대사, 되~게 나한테 익숙하다? 마치 내가 아주 먼 옛날에 만화책방을 하면서 어떤 쪼꼬만 고삐리한테 했던 말처럼?"


"뭐래요.  
형, 뭐 드실껀데요."


"너 태도가 되게 몇년치 반가움 한꺼번에 몰아서 주는듯 겁나 친절하다?"


"일년치 친절함 담아서 드린건 또 어찌 아셨대."



퉁명스러움 자체가 반갑다는 인사가되고 소란스레 투닥거리는 그 말투가 잘지냈다는 답이 되는 사이인, 윤기와 정국이 부산 앞바다가 무척이나 예뻤던 봄 날의 끝자락에도 변함없이 투닥거렸다. 서로 연애는 하냐, 회사는 안짤리고 어떻게 다녀요? 라며 신경전 아닌 신경전을 나누면서 몇 번의 말이 더 오고갔다. 자연스레 주문을 받은 정국이 윤기 앞에 잔을 내려 놓았다. 잔을 받아든 윤기가 정국에게 묻는다. 김태형 소식, 가져왔는데. 정국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무심히 툭 던진 한마디에 정국의 모든 순간이 멈췄다. 여전하네, 전정국. 역시나 윤기의 심드렁한 표현에 정국이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고개는 떨어졌어도 슬며시 묻는다. 잘, 지내나요? 태형이 형..? 정국에 물음에 윤기가 정국을 보며 말한다. 글쎄.. 니가 직접 봐. 그렇게 정국의 봄은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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